사람 사이

강유상쟁(剛柔相濟): 너무 강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게 살아남는 직장의 기술

발자취의 산책 2025. 11. 25. 18:44

발자취 | 마음의 균형을 배우는 글

야간 근무와 인간관계 속에서 강함과 부드러움의 균형을 잃고 지쳐가던 날들. 강유상쟁이 사람 사이의 중심을 다시 세워준 이야기를 담았다.
《견고한 길》 Ep.2

야간 근무를 오래 하다 보면, 세상이 두 가지 모습으로 갈린다.
한쪽에는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버티며 책임져야 하는 ‘단단함’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고독을 스스로 달래야 하는 ‘부드러움’이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 두 가지를 오가며 살았다.
하지만 어느 쪽에 오래 기울어도 끝은 지침이었다.
너무 강해서 부러지고, 너무 부드러워서 흐트러지던 날들.
그러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서로를 보완한다는 강유상쟁(剛柔相濟)의 지혜가 마음에 들어왔다.
이 글은 그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너무 단단해서 부러지고, 너무 부드러워서 흔들렸던 날들

직장 생활, 특히 밤을 넘겨 일하는 환경에서는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한 가지 태도’에 고정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나는 한 시기, 강함(剛)을 방패처럼 들고 살았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완벽을 기준으로 모든 일을 밀어붙였다.
겉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소한 피드백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 금이 갔다.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던 피로가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이 부서질 듯이 쌓여 있었다.
그러다 정반대의 시기도 있었다.
이번에는 부드러움(柔)이 내 방식이었다.

“괜찮아, 이해하자.”
“맞추는 게 편하다.”

갈등을 피하려고 조심스럽게 말했고,
내 의견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먼저 챙겼다.
부드러움은 따뜻한 태도였지만,
지나치면 내 모양을 잃기 쉽다.
기준도, 주도권도, 심지어는 내 생활 방식도 남에게 끌려갔다.
겉으로는 ‘좋은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정작 나는 ‘흔들리는 사람’으로 남았다.
그런 사이, 야간 근무를 마치고 새벽 엘리베이터에 설 때마다 똑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왜 이렇게 지칠까?”
그 답은 단순히 잠을 못 잤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강함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균형을 놓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강하기만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부드럽기만 해도 자신을 잃는다.
둘은 서로를 누르지 않는 관계였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힘이었다.


사자성어 ‘강유상쟁(剛柔相濟)’의 뜻과 유래 — 사람 사이에서 배운 조화

이 깨달음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말이 바로 강유상쟁(剛柔相濟)이다.
 

한자 의미
剛(강) 단단함 기준, 원칙, 방향성, 결단
柔(유) 부드러움 공감, 수용, 조율, 적응
相(상) 서로 상호작용
濟(제) 돕는다 부족함을 채우고 완성함

강유상쟁 =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서로를 보완하여 완전한 균형을 이루는 상태.
이 말의 바탕은 중국 고전 《주역(周易)》이다.
주역에서 강(剛)은 양(陽), 유(柔)는 음(陰)의 기운을 뜻한다.
주역이 말하는 조화란 단순히 두 극을 ‘섞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성질이 필요한 순간마다 번갈아 작용하여
전체를 안정시키는 균형을 말한다.
그 뜻을 알고 나니 직장 생활의 많은 순간이 더 명확해졌다.

  • 업무의 기준을 세울 때는 강함이 필요했다.
  •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설득할 때는 부드러움이 필요했다.
  • 야간 현장에서 즉각적 판단이 필요할 때는 강함이 삶을 지켰다.
  • 지친 동료가 털어놓는 말에는 부드러움이 관계를 지켰다.

팀장님이 했던 말도 떠올랐다.

“강하면 사람들이 지치고,
부드러우면 중심이 흔들려.
둘을 정확히 쓸 줄 알아야 팀이 오래 가.”

그 말은 결국, 사람 사이에서 배운 강유상쟁의 현실적 조언이었다.


사람 사이에서 살아남는 힘은 ‘강함’이 아니라 ‘강유상쟁’이다

회사라는 조직에서도,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도
한 가지 성향만 고집하는 사람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강함만 앞세우면
일은 빠르게 끝나지만
사람들은 지쳐서 멀어진다.
정보의 흐름에서도 자연스럽게 고립된다.
부드러움만 앞세우면
사람들은 편하겠지만
기준이 모호해지고
내 역할과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결국 쉽게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강유상쟁은 애매한 중간 지점이 아니다.
상황마다 필요한 만큼의 강함과 부드러움의 강도를 판단해 쓰는 능력이다.
일상으로 가져오면 이런 모습이다.

상황 함(剛)을 써야 할 때 부드러움(柔)을 써야 할 때
업무 기한·품질·원칙을 지킬 때 새로운 의견을 들을 때
갈등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 때 상대 감정을 먼저 들을 때
관계 내 경계를 지켜야 할 때 관계를 이어가야 할 때
자기관리 건강 원칙을 지킬 때 스스로를 용서해야 할 때

야간 근무를 오래 하면서 절실하게 배운 건 이거다.
강해야 할 순간에 부드러워지면 문제가 커지고,
부드러워야 할 순간에 강하면 사람이 떠난다.
강유상쟁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자,
사람 관계를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기술이며,
내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기술이다.

단단함으로 길을 만들고,
부드러움으로 그 길을 오래 걷는 것.
이게 내가《견고한 길》에서 배우는 방식이었다.


오늘의 한마디

단단한 뿌리 없이는 나무가 서지 못하고,
부드러운 잎 없이는 생명을 품지 못한다.
강함은 당신을 지키고, 부드러움은 당신을 흐르게 한다.
둘을 함께 쓸 때, 삶은 거대한 강물처럼 흔들림 없이 흘러간다.

면책 안내

이 글은 사자성어 ‘강유상쟁(剛柔相濟)’을 현대인의 직장·일상·관계 맥락에서 해석한 인문적 에세이로, 특정 심리·의학적 조언이 아닌 개인적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