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마음

부화뇌동(附和雷同) 뜻과 유래: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마음의 단련법

발자취의 산책 2025. 12. 16. 06:20

발자취 | 마음의 균형을 배우는 글

분위기에 휩쓸리는 직장인의 심리와, 내 판단을 지키는 현실적 균형의 기술.

《단련의 길》 Ep.1

 

기계 소음 속에 묻혀가는 나의 목소리

현장에서 하루 종일 기계음 듣고 서 있다 보면, 가끔 내가 사람인지 부속품인지 애매해질 때가 있다. 특히 야간 근무처럼 다들 지쳐서 예민해지는 시간, 아니면 점심 먹고 나른함이 몰려오는 오후 2시쯤. 그때 직장은 일이 아니라 분위기가 더 빨리 번진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순식간에 전체로 퍼진다.

누가 큰 목소리로 “이건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해”라고 던지면, 그게 맞는 말인지 따져볼 시간도 없이 공기가 한쪽으로 기운다. 누가 눈치 보며 억지웃음 한 번 치면, 다른 사람도 따라 웃고, 그 웃음이 어느새 “우리 다 동의한 거 맞지?” 같은 분위기가 된다. 나는 그런 장면을 꽤 많이 봤다. 그리고 나도 그 안에 있었다.

몸이 고되고 머리가 흐릿해질 때면 속에서 이런 소리가 나온다.

“그냥 따라가면 편하잖아. 튀지 말자. 중간만 가자.”

점심 메뉴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업무 방향처럼 중요한 순간까지도 “다들 그렇다니까” 뒤에 숨어서 내 선택을 미뤘다. 처음엔 그게 편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내 주관을 남에게 맡기다 보니 어느 순간 거울 속 내가 낯설었다. 내 목소리가 희미해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오늘은 부화뇌동이라는 말을 꺼내 보려 한다. 남의 의견에 맹목적으로 붙어가는 것. 이건 단순히 “줏대 없는 성격” 얘기가 아니다. 직장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내가 나를 잃지 않으려는 문제다. 솔직히 말하면 생존 쪽에 더 가깝다.


부화뇌동(附和雷同)의 뜻과 유래


사자성어는 뜻만 외우고 끝내면 재미가 없다. 왜 그런 말을 만들었는지까지 들어가야, 내 삶에 붙일 수 있다. 부화뇌동도 그렇다. 익숙한 말인데 속은 꽤 날카롭다.

글자를 풀어보면 이렇다.

  • 부(附): 붙다. 남 말에 주관 없이 기대는 것.
  • 화(和): 맞장구치다. 같이 어울리는 척하는 것.
  • 뇌(雷): 천둥, 우레.
  • 동(同): 같이하다. 똑같아지다.

정리하면, 남 말에 덧붙어 맞장구치고, 천둥 치면 만물이 울리듯 생각 없이 같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내 판단이 사라지고 남의 소리에 자동 반응하는 상태. 그게 부화뇌동이다.

이 말의 뿌리는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있다. 거기엔 이런 경고가 나온다.

“毋勦說, 毋雷同 (무초설, 무뇌동)”


남의 말을 훔쳐 내 말인 양 하지 말고, 천둥처럼 함부로 덩달아 동조하지 말라.

원문엔 ‘부화’라는 말이 그대로 있진 않다. 성현들이 특히 경계한 건 ‘뇌동’이다. 왜 하필 천둥에 비유했을까. 천둥이 한번 치면 세상 모든 게 의지 없이 같이 떤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목소리 큰 사람, 권위 있는 사람, 혹은 다수의 분위기가 ‘천둥소리’처럼 울릴 때, 내 필터 없이 반사적으로 고개 끄덕이는 것. 그게 뇌동이다.

부화뇌동과 화이부동의 차이

구분 부화뇌동(附和雷同) 화이부동(和而不同)
핵심 태도 그냥 따라감 어울리되 중심 유지
내면 상태 내 생각이 비어 있음 내 생각을 잡고 있음
의사 결정 “다들 하니까 나도” “다르지만 존중한다”
결과 나를 잃고 피로·후회 신뢰·자존감이 쌓임

우리가 갈 쪽은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같이 가되 휩쓸리지 않는 화이부동이다. 그게 어렵지만, 그래도 그쪽이 맞다.


왜 우리는 분위기에 휩쓸리는가?


머리로는 안다. 내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거.
근데 현실은 다르다. 특히 조직 안에서는 더 그렇다. 내가 느낀 이유는 딱 세 가지다.

첫째, 에너지 절약 본능.
뇌는 원래 힘 아끼려고 한다. 야간 근무, 육체노동, 만성 피로. 이런 상태에선 더 심해진다. 의견 내고 반대하고 설득하는 건 포도당이 든다. 반면 “좋습니다” 하고 따라가는 건 거의 힘이 안 든다. 몸이 힘들수록 우리는 본능적으로 뇌동을 고른다.

둘째, 배제에 대한 두려움.
회의 자리에서 다들 A라는데 나만 B라고 말하면, 그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그 미묘한 싸늘함은 누구나 느낀다. “괜히 튀어서 피곤해지지 말자”는 생각이 그냥 비겁해서만은 아니다. 사람은 원래 무리에서 떨어지는 걸 위험으로 느낀다.

셋째, 책임 회피.
내 의견대로 했다가 틀리면 책임은 내 몫이다.
하지만 남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갔다가 틀리면 “다들 그랬잖아요”로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부화뇌동은 그 순간만큼은 안전해 보이는 길이다. 달콤한데, 결국은 독이다.


부화뇌동의 대가: 편안함 뒤에 오는 청구서


따라가면 당장은 편하다. 그건 인정한다.
근데 그 편안함은 나중에 값을 치른다. 내가 겪은 청구서는 두 가지였다.

첫째, 자기 효능감이 사라진다.


남 의견대로 해서 잘돼도 그건 내 성취가 아니다.
실패하면 남 탓만 남는다.
이게 반복되면 “난 스스로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몸에 붙는다. 그게 오래가면 번아웃이나 우울로 이어진다. 내가 흔들릴 때 항상 그쪽으로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둘째, 스트레스가 몸으로 올라온다.


내 마음은 ‘아니요’인데 입으로는 ‘네’라고 말할 때, 몸은 그걸 스트레스로 저장한다. 코르티솔 같은 게 쌓이고 자율신경이 흔들린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처럼 대사 질환 관리하는 사람에게 이런 스트레스는 더 치명적이다. 겉으론 웃으며 따라갔는데, 속에서는 계속 버티고 있던 날들이 쌓이면 혈당이 이유 없이 튀고, 소화가 안 되고, 목덜미가 뻣뻣해진다. 나도 그랬다. 원인 모를 두통과 만성 피로가 일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내가 나로 살지 못한 시간이 쌓여서 온 신호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휩쓸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3가지 연습


부화뇌동에서 벗어난다는 건 갑자기 싸움꾼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유연하게 어울리되, 내 중심을 놓치지 않는 쪽으로 가는 거다. 내가 실제로 쓰는 연습은 세 가지다.

[표 2] 상황별 대처 훈련

상황 기존 습관(부화뇌동) 바꾼 훈련
분위기 쏠림 “다들 그러니까…” 3초 멈춤 + “지금도 옳나?”
정보 부족 아는 척 끄덕임 “확인하고 다시 말하겠습니다.”
육체 피로 귀찮아서 동의 “지금 힘들어서 편한 쪽 고르는 건가?”

 

“다들 그렇다” 앞에서 3초 멈추기

 

“원래 이렇게 해요.”
“요즘 다 그래요.”
이 말이 나오면 바로 고개 끄덕이지 않고 속으로 3초만 센다. 그리고 스스로 묻는다.
“원래 그랬어도, 지금도 맞나?”
짧은 멈춤 하나가 반사적인 동조를 막아준다. 입으로 반대를 못 해도, 마음속에라도 브레이크를 걸어야 내 영혼이 딸려가지 않는다.

아는 것과 모르는 걸 정확히 나누기


부화뇌동은 내가 확실히 모를 때 더 잘 일어난다. 그래서 내가 직접 확인한 팩트와 그냥 감으로 아는 걸 구분하려고 한다.
“이 부분은 제가 확인한 내용이랑 좀 다른데요.”
거창한 논리보다, 내가 가진 작은 사실 하나가 쏠리는 공기를 멈추는 경우가 있다. 그 한마디가 내 중심을 세워준다.

컨디션부터 챙기기


몸이 지치면 마음도 약해지고, 그때 사람은 쉽게 휩쓸린다. 중요한 결정이 있는 날엔 혈당 흔들릴 만한 정제당(단 커피, 과자)을 피하고 물을 한 잔 더 마신다. 그리고 체크한다.
“지금 힘들어서 그냥 편한 쪽으로 타협하려는 건 아니냐?”
건강한 몸이 있어야 주관도 버틴다. 결국 체력이 내 의견을 지키는 힘이다.


고요 속에서 내 심장 소리를 듣는 연습


부화뇌동은 남 탓하려고 만든 말이 아니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내 중심 잃지 말라고 옛사람들이 남긴 경고다.

직장은 어쩔 수 없이 맞춰가야 하는 곳.
하지만 그 맞춤이 나를 지우는 일이 되면, 결국 내가 나를 못 지킨다. 분위기는 맞추되 판단은 내가 하고, 같이 웃되 내 속마음까지 속이지 않는 것. 그게 이 현장에서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품격이다.

오늘도 천둥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일하겠지만, 그 소리에 같이 울려버리진 말자. 작아도 내 목소리는 내가 지키는 쪽으로. 따라가면 당장은 편해도, 내 길은 그 편함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니까. ^^


오늘의 한마디

“세상의 천둥소리에 같이 울려버리기 전에, 잠깐 멈추고 내 심장 소리부터 들어보자. 그게 나를 지키는 시작이다.”

면책 안내

이 글은 사자성어 ‘부화뇌동(附和雷同)’을 현대 직장 생활의 심리와 태도 관점에서 재해석한 인문적 에세이입니다. 특정 조직이나 개인을 평가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글쓴이의 개인적 경험과 성찰, 그리고 건강 관리를 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