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마음

유여자중(游如自重): 바쁘게 움직여도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 직장의 기술

발자취의 산책 2025. 11. 26. 11:00

발자취 | 마음의 균형을 배우는 글

《견고한 길》 Ep.3

야간 근무가 깊어지는 새벽 3시.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더 커지고, 사람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몸은 계속 움직이는데, 마음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멍하다가 갑자기 잡생각이 몰려오고, 몸이 바쁜 만큼 마음도 요동친다.

예전엔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몸이 급해지면 마음도 흔들리고, 마음이 흔들리면 손이 먼저 떨렸다. 결국 하지 않아도 되는 실수를 만들고, 그 실수에 하루를 끌려다니는 일도 많았다.
그때마다 버스 창밖을 보며 자책했다.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지?"
그 생각이 오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유난히 바빴던 근무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서 오늘 하루를 떠올리는데, 그 정신없는 현장 속에도 유독 차분하게 움직인 선배 한 명이 딱 떠올랐다. 누구보다 먼저 뛰어가는데, 허둥대는 기색이 없다. 목소리는 일정하고 지시는 짧고 정확하다. 주변이 시끄러울수록 더 잔잔해지는 사람.
빠른데 급하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을 보면서 떠오른 말이 있었다.
유여자중(游如自重).
흐르듯 움직이되, 마음의 무게는 잃지 않는 태도.



몸은 파도처럼 움직여도, 마음은 닻을 내려야 한다

현장 일은 늘 예측이 어렵다. 설비 점검 중 갑작스러운 호출, 예상치 못한 불량, 템포가 무너지는 순간들. 몸은 뛰어야 한다. "잠깐만요"라고 말할 여유가 없다. 문제는 몸이 움직일 때 마음도 같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큰일 났다.”
“이번엔 왜 또?”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정작 중요한 건 눈앞의 상황인데, 머릿속은 걱정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런 날은 더 실수한다. 손은 빨라졌는데 마음은 무거워지고, 하나 끝내기도 전에 다음 걱정이 올라오고.
그러다 보니 피곤함보다 더 괴로운 건 ‘내가 흔들리는 모습’ 자체였다.
하지만 유여자중을 떠올리면서 시각이 조금 바뀌었다.

몸이 바쁘다는 사실이 마음까지 흔들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몸은 상황에 맞춰 빠르게 움직되, 마음은 그 흐름과 별개로 무게를 유지해야 한다.
흔들리는 건 자연스럽지만,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다시 붙잡는 힘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유여자중’ 뜻과 해석 — 흐르는 물과 가라앉은 돌

이 사자성어는 흔히 쓰이지는 않지만, 한자 하나하나가 말해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유여자중(游如自重)의 의미

한자 직장인에게 주는 의미
游 (유) 헤엄칠 유 흐름을 읽고 유연하게 움직이기
如 (여) 같을 여 억지 없이 자연스러운 연결
自 (자) 스스로 자 판단과 중심을 내 안에서 찾기
重 (중) 무거울 중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무게

요약하면 이렇다.
물고기처럼 부드럽고, 돌처럼 가라앉아 있는 마음.
움직임은 가볍고, 중심은 무겁게.

동양 고전에서 말하는 정중동(靜中動)과 닮았다.
겉에서는 움직이고 일하지만, 마음의 축은 흔들리지 않는 상태.
기계도 마찬가지다.

빨리 돌수록 중심축이 튼튼해야 한다.
중심이 가벼운 팽이는 많이 돌수록 쓰러지지만, 중심이 무거우면 오히려 더 곧게 선다.
일도 똑같다.
몸이 아무리 바빠도 마음의 무게가 유지되면 흔들림이 줄어든다.
흐름에 맞춰 움직이되, 마음은 바닥에 단단히 닿아 있어야 한다.



가볍게 움직이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태도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차분한 사람은 느리겠지.”
“빨리 일하는 사람은 급하고 덜렁대겠지.”
근데 현장에서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진짜 중심 잡힌 사람은 움직임이 가볍다.
손은 빠르지만, 그 안에 조급함이 없다.
판단이 정확하고, 말이 짧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사람들.

예전의 나는 정반대였다.
몸이 바빠지면 마음도 같이 달아올랐고, 상황을 보기도 전에 걱정이 먼저 튀어나왔다.
작은 실수에도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예민해져서 쓸데없이 상처받고 상처 주고.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상황을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한다.



조급한 사람 vs 유여자중한 사람

상황 조급한 사람 여유자중한 사람
긴급 상황 도착하자마자 이미 불안에 휩싸임 3초 먼저 관찰하고 움직임
상사 질책 감정부터 받음, 하루 종일 무너짐 사실만 취하고 감정은 흘려보냄
업무량 많을 때 이것저것 손대다 실수 연발 우선순위 정리, 하나씩 끝냄

속도가 중요한 것 같지만, 결국 중요한 건 태도다.
기계가 멈췄을 때 필요한 건 빠른 손이 아니라 정확히 보는 눈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침착한 선이다.

보고서를 쓸 때 중요한 건 빨리 쓰는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다.
유여자중은 기술이 아니라 시선이다.
흔들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흔들릴 때 중심을 바로 세우는 태도다.



내 안의 무게추를 확인하는 시간

요즘은 마음이 너무 쉽게 흔들리는 시대다.
알림 하나에 생각이 바뀌고, 누군가의 SNS 사진 한 장에도 감정이 휘뚝휘뚝 흔들린다.

직장에서는 평가와 일정에 쫓기고, 하루에도 몇 번씩 페이스가 무너진다.
이럴 때일수록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지금 내 마음의 닻은 어디에 있는가.
몸이 바쁘게 움직이는 건 자연스럽다.
문제는 마음까지 함께 떠다니는 순간이다.

유여자중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현장에서 하루 버티는 데 진짜 필요한 단단함이다.
오늘도 밤을 버티는 당신에게.
부디 발걸음은 가볍되,
마음만큼은 가라앉아 있기를.



오늘의 한마디

흔들릴 수는 있다.
하지만 뿌리째 들려서는 안 된다.
움직임은 흐르게 두되,
마음의 무게추는 깊숙이 내려라.

면책 안내

이 글은 ‘유여자중(游如自重)’을 현대 직장인의 맥락에서 재해석한 글입니다.
심리학적·학술적 정의보다는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과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전문 치료나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