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 마음의 균형을 배우는 글
《담담한 길》 Ep.3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길을 잃던 날들

직장에서 피로가 가장 크게 몰려오는 순간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빠르게 해야 하는 일과 천천히 해야 하는 일이 뒤섞일 때다.
보고서는 빨리 제출해야 하고, 현장 점검은 천천히 꼼꼼해야 한다. 상사의 질문에는 즉각 답해야 하고, 동료의 부탁에는 여유롭게 응해야 한다. 우리는 이처럼 상반된 ‘속도 전환’을 능숙하게 해낼 것을 요구받지만, 실제로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나 역시 그랬다. 늘 빠르게 하려다 결국 몸과 마음이 지쳐 번아웃이 생겼고, 천천히 하는 날엔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몰아붙이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심지어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몇 초조차 답답하고 조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면 몸은 이미 속도를 잃은 채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순적인 순간에 깨달았다.
내 삶이 힘들었던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속도 조절을 못해서’였다는 걸.
완급자득(緩急自得).
‘緩(느릴 완)’, ‘急(급할 급)’, ‘自(스스로 자)’, ‘得(얻을 득)’.
빠름과 느림을 스스로 조절해서 자신의 방식대로 자유자재로 익혀간다는 뜻이다.
즉, 외부의 강요된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살아가는 기술이며, 마음의 자유를 얻는 지혜이다.
이 사자성어는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이나 고전 기록에서 유래를 찾기는 어려우나, 이후 성리학자들의 심신 수양론이나 근대 동양 철학에서 ‘마음의 평온함’을 강조하는 문맥에서 재해석되어 널리 쓰였다.
특히 ‘자득(自得)’은 외부의 가르침 없이 스스로 깨달아 얻는 경지를 의미하며, 완급자득은 속도의 조절을 외부의 환경이 아닌 내면의 성숙에서 찾으라는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빠르면 좋은 게 아니고, 느리면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빨리빨리’를 능력으로 배우며 자랐다. 그러나 빠름을 강요받는 삶은 결국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효율성마저 떨어뜨린다.
하루는 동료가 말했다.
“일을 빨리하면 좋은데, 빨라지면 더 시키더라.”
빠르게 해내도 칭찬보다 일의 양만 늘어나 결국 탈진하는 상황. 이는 빠름이 주는 능력주의적 보상의 딜레마이다.
반대로, 너무 천천히 하면 나태하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실망스러운 시선을 맞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극단적인 빠름과 느림 사이에서 에너지를 소진하며 흔들린다.
하지만 속도의 본질은 절대적인 기준에 있지 않다. 어느 날 야간 근무 중 한 선배가 말했다.
“일에는 각자 속도가 있어. 누군가는 빨라서 문제가 되고, 누군가는 천천히 해서 문제가 돼. 중요한 건 **‘내 템포’**를 잃지 않는 거다.”
그 말이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았다.
하버드 행동연구 보고서(Harvard Behavioral Energy Study, 2023)는 속도 조절의 중요성을 명확히 뒷받침한다.
“자신의 에너지 패턴에 맞춰 속도를 조절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업무 지속력이 2.1배 높았으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결국 속도의 핵심은 ‘일의 양’이 아니라 ‘에너지의 흐름’이다. 빠르게 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속도를 올려 성과를 내고, 느리게 해야 할 때는 부담 없이 속도를 내려놓아 에너지를 회복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는 그 간단한 전환을 살면서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완급자득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나만의 속도를 찾는 세 가지 실천 기술
완급자득의 지혜는 ‘열심히 하자’가 아니라 ‘적절히 하자’에 가깝다.
적절함이야말로 가장 오래가는 에너지이자, 건강한 워라밸을 만드는 핵심 기술이다. 다음은 내가 일상에서 나만의 속도를 찾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인 기술들이다.

🔑 기술 1. '오늘의 템포'를 정하는 아침 질문
나는 요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의 템포’를 먼저 정한다. 아침 혹은 야간 근무 직후, 몸과 마음 상태를 살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 “오늘은 빠르게 갈까, 천천히 갈까?”
* 몸이 무겁고 생각이 복잡한 날 (느림 선택): 빠른 업무(회의, 전화, 즉각적 보고)를 피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부터 시작한다. 목표를 작게 나누어 몰입도를 높이고, 속도는 자연스럽게 오르도록 둔다.
* 몸이 가볍고 생각이 명확한 날 (빠름 선택): 에너지가 넘칠 때 집중력을 요하는 빠른 업무(기획안 작성, 데이터 분석)부터 해결한다. 그럼 하루가 한결 가볍고 성과도 뛰어나다.
이 질문은 내가 하루를 주도하는 작은 기술이다. 환경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내 에너지를 관리하는 능동적인 삶으로 전환시켜 준다.
🔑 기술 2. '30-30 리듬'으로 전환 훈련
빠르게 몰입하는 시간(급)과 의도적으로 쉬는 시간(완)을 교차하는 훈련이다. 포모도로(Pomodoro) 기법과 비슷하지만, 시간의 강도를 내가 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집중 30분 (급): 30분 동안은 모든 방해 요소를 차단하고 오직 하나의 일에만 최고 속도로 몰입한다. 이때의 속도는 외부의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 최고의 효율을 내기 위함이다.
* 회복 30분 (완):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5분 정도 명상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업무와 완전히 분리되어 속도를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이 느린 회복 시간이 다음 빠른 속도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이 리듬을 통해 우리는 속도 전환의 근육을 키울 수 있고, 느림이 게으름이 아닌 필수적인 건강 습관임을 인지하게 된다.
🔑 기술 3. '멈춤의 여유'를 허락하는 건강 습관
속도 조절은 결국 나 자신을 돌보는 행위와 직결된다. 심리학자들은 현대인의 불안이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속도’에서 온다고 말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멈추는 여유를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한다.
* 점심 식사 후 10분 산책: 식사 후 바로 업무로 돌아가는 대신, 10분 동안 햇볕을 쬐며 걷는다. 소화와 심리적 이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느림의 미학이다.
* 일정의 20%를 비워두기 (버퍼 타임): 아무것도 채우지 않는 빈 시간을 만드는 것은 곧 예상치 못한 '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완'의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이 비움의 시간이 심리적 압박감을 크게 줄여준다.
《중용》의 한 구절처럼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
는 지혜는 속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나치게 빠르면 실수가 나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모자람(비효율)을 낳는다.
빠르면 빠른 대로, 느리면 느리면 대로. 내가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속도를 찾으면, 그게 바로 ‘나의 리듬’이며, 곧 삶의 균형이다.
완급자득의 지혜는 우리에게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속도를 주인이 되어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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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내 몸이 알려주는 속도 신호를 무시하지 마라. 빠름과 느림은 경쟁이 아니라 선택이며, 내 속도를 아는 사람이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오래 그리고 멀리 간다.
면책 안내
이 글은 사자성어 ‘완급자득(緩急自得)’을 현대인의 일상·업무 속 속도 조절의 시선으로 해석한 인문적 에세이이며, 심리·의학·상담적 조언이 아닌 개인적 경험과 성찰을 담은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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