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 마음의 방향타를 점검하는 글
《담담한 길》 Ep.5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에 머무르는 것도 성장의 일부일 수 있지 않을까?"
직장 생활이든, 꿈을 향한 길이든, 가장 힘든 순간은 두 강박 사이에서 흔들릴 때였다.
‘지금에 만족하라’는 말과 ‘멈추지 말고 성장하라’는 말.
이 두 문장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늘 불안이라는 진자 운동을 반복한다.
나도 한동안 여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이 술술 풀리는 시기엔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것 아닐까? 너무 느슨해진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올라왔고, 모든 게 멈춘 듯한 시기엔 ‘남들은 달리는데 나만 멈춘 것 같다’는 압박이 쌓였다.
그 가운데서 내가 붙잡은 태도가 고전의 말, 안이불망(安而不忘)이었다.
안이불망(安而不忘)은 고전에서 자주 쓰이던 표현으로,
근본은 『서경(書經)』과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국어(國語)』 등에 등장하는
“안불망위(安不忘危)”라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고전에서 이 말은 군주나 지도자에게 주로 강조하던 태도였는데,
나라가 편안해 보여도 위험을 잊지 말라,
평온한 시기일수록 초심과 본분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쓰였다.
여기서 파생된 말이 바로 안이불망(安而不忘)이다.
말 그대로 편안한 때에도 잊지 않는 사람,
지금 머물러 있어도 마음의 방향만큼은 흐리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결국 안이불망은
쉬는 순간에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가볍게 확인하는
조용한 성찰의 습관에 가깝다.
멈춤을 두려워하지 않되,
멈춘 자리에서 나를 잃지 않는 마음가짐.
이것이 고전이 말하는 안이불망의 핵심이다.

편안하지만, 잊지는 않는 사람.
지금 머물지만, 방향만큼은 놓지 않는 사람.
이 태도가 번아웃과 조급함 사이에서 나를 다시 균형으로 끌어올려 줬다.
안이불망의 재해석: ‘편안함’과 ‘안주’의 차이
우리는 종종 편안함과 안주를 같은 뜻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이 두 단어 사이에는 미래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 편안함은 숨 고르기, 안주는 엔진 끄기
편안함: 지금의 속도를 인정하는 멈춤. 다음을 위한 회복의 시간.
안주: 멈추는 걸 넘어 포기해버리는 태도. 방향도 의지도 흐려지는 상태.
야근이 몰아치던 시기, 나는 일부러 ‘편안함’을 선택했다.
큰 목표를 세우고 달리는 대신, 퇴근 후 늦은 밤 식탁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지켰다.
그 조용한 10분이 내 몸이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이었다.
하지만 그게 안주는 아니었다.
피곤해도 글쓰기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단락 하나라도, 문장 몇 줄이라도 채워 넣었다.
그게 내가 나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나는 아직 엔진을 끄지 않았다.”
지금에 만족한다고 미래가 사라지는 건 아니고, 지금에 불만족한다고 미래가 빨리 오는 것도 아니다.
안이불망은 속도는 줄여도 방향은 잃지 않는 태도다.
번아웃 시대의 정신 건강과 안이불망: ‘멈춤’의 기술
요즘처럼 번아웃이 일상처럼 따라붙는 시대에 ‘안이불망’은 정신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이 된다.
📌 불안은 “나는 뒤처지고 있나?”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일이 정체된 것처럼 보일 때, 마음은 금방 불안해진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더 달려야 한다’는 압박이 들어오고, 결국 몸이 먼저 꺾인다.
안이불망은 이 질문을 바꾼다.
"나는 지금 뒤처지는가?" → "나는 지금 방향을 잃지 않았는가?"

방향이 맞다면,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충전이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속도를 올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험이다.
야근이 잦아 극도로 피곤했던 날, 나는 무리해서 운동하지 않았다.
대신 충분히 자고, 늦은 밤 차 한 잔으로 마음을 묶었다.
그 와중에도 ‘글쓰기’라는 방향은 놓지 않았다.
이 단순한 균형 하나가 나를 버티게 했다.
📌 느린 속도의 재발견
빠름이 능력이 되는 시대지만, 고전은 늘 같은 말을 반복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고.
느려도 괜찮다.
느림 속에서도 방향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건 이미 성장이다.
속도보다 방향: ‘나의 글쓰기’가 만든 기준점
안이불망에서 말하는 ‘잊지 않기(不忘)’는 큰 목표를 계속 외우는 게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잃지 않는 일이다.
나에게 그 방향을 확인시켜 준 건 글쓰기였다.
📌 퇴근 후 10분, 나를 붙드는 하나의 리추얼
야근 끝나고 들어와 늦은 밤 차 한 잔 마실 때, 나는 짧게 질문한다.
오늘 나는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놓쳤나?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은 여전히 그곳인가?
이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에세이 한 단락으로 이어졌다.
글쓰기는 회사의 평가와도, 남들의 속도와도 상관없는 나만의 방향 점검이었다.
이 작은 움직임이 정체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됐다.
《중용》에 나오는 말처럼
“머무르되, 뜻을 잃지 말라.”
이게 안이불망의 핵심이다.
일상 속 ‘안이불망’을 위한 3가지 질문

지금부터 바로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1️⃣ Stop: 지금의 ‘편안함’은 숨 고르기인가, 안주인가?
에너지를 회복하려는 전략인가?
아니면 미래를 보는 게 두려워 눈을 감은 상태인가?
2️⃣ Focus: 잊지 말아야 할 ‘내 삶의 방향’은 무엇인가?
구체적 목표보다 가치와 철학이 먼저다.
건강
균형
통찰
관계
글쓰기
네가 잃지 않으려는 그 방향 하나가 지금의 멈춤을 의미 있게 만든다.
3️⃣ Move: 오늘 ‘10분’이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움직임은?
몸이 무거운 날은 작은 행동이 가장 오래 간다.
내가 먹은 음식 기록
10분 스트레칭
책 한 페이지
단락 하나 작성
이 작은 움직임이 ‘不忘(잊지 않음)’을 완성한다.
속도가 느려져도 방향만 잃지 않으면 된다
야근이 반복되고 하루가 무겁게 내려앉아도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속도는 느려졌어도 방향을 잃지 않았기 때문.
지금 멈춰 있어도 괜찮다.
세상이 정한 속도에 휘둘릴 필요 없다.
네 방향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결국 너는 계속 걷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용하고 꾸준한 속도가, 결국 너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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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마디
마음이 지친 날, 잠시 멈추어도 괜찮습니다.
방향을 다시 묻는 그 순간, 멈춤은 이미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면책 안내
이 글은 사자성어 ‘안이불망(安而不忘)’을 현대인의 일상·목표·자기 성찰의 관점에서 해석한 인문적 에세이입니다. 심리·의학적 조언이 아닌 개인적 경험과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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